Red light Green light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오래 전 우리 가족은 경주에서 레져 사업을 했었다. 사업에 실패하고 돌아온 경주에서는 특별히 할게 없었다. 산업도 공장도 없다. 문화재를 위한 발전제한으로 인해 가장 발전이 낙후된 도시가 경주이지 않을까? 그러나 그 사업마저도 결국 문화재 보호법에 의해 허가가 나지 않아 폐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전 경주는 신혼여행을 위해 방문하고, 고등학교 시절 역사를 배우기 위한 수학여행지로 알았던 경주가 지금 다른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경주에 사는 사람이나 관광 온 사람은 누구나 소비로 향유되고 있다. 경주는 오래된 역사의 도시이다. 그리고 경주는 가장 현대적 도시이다. 경주에서의 삶은 오로지 소비로만으로 지탱된다. 오래된 역사의 도시이기에 산업과 공장이 들어 올 수 없기에 역사와 문화를 상품화하여 소비를 촉발시켜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오래된 왕릉앞에서 윗통을 벗은채 선텐을 즐기고, 현대여성들이 자기 건강을 위해 요가동작을 하고 있는 모습으로 나에게 보여주고 있다. 단체로 역사를 배우고, 관광을 즐기던 모습들은 어디로 가버리고 지금은 개인 및 가족을 위해 여가를 즐기는 타 휴양지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는 경주의 오랜 역사를 문화콘텐츠로 상품화 한다. 경주에 사는 토착인들은 상품화된 역사를 광고 판매하고 있으며, 관광객들은 상품화된 역사를 마치 놀이처럼 즐기고 소비하고 있다. 역사 콘텐츠라는 상품 속 존재하는 두 계층, 소비를 만드는 이와 소비하는 자들의 모습 속에서 어느새 역사적 의미의 경주는 배제되어 버린다.

많은 이들이 경주의 역사와 문화를 향유하며, 소비하고 있다. 역사 콘텐츠를 문화 관광산업으로 자본화 하여야만 살아남는 아이러니가 있는 곳이 바로 경주이다.